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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통의 편지로 자녀를 큰 인물로 만들 수 있다

네루는 딸에게 200여 통의 편지를 통해 인도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들은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헌신할 사람에게 필요한 '리더십 특강'을 해주기 위함 이었습니다. 편지는 자기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사회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도자의 처신, 행동양식, 정신자세 등에 대해서도 들려주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미래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네루는 편지의 내용을 버겁게 느낄 딸을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네가 이 편지를 읽다가 지치고 당혹스러워할까 염려되는구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덮어두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 편지는 너에게 역사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란다. 그저 이곳저곳을 보여주면서 네 타구심을 북돋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편지는 아이가 열 살이 되던 무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보내던 세계에 대한 짧고 간단한 설명을 담은 편지들은 '세계의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고, 그 뒤의 편지들은 '세계사 편력'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편지들은 무려 7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네루는 기온이 44도까지 오르고 열풍이 불어오는 감옥에서도 편지 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자신도 역사의 복잡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만 편지를 통해서 옥중생활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네루처럼 서신교육을 한 아버지로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있습니다. 그는 유배지에서 보낸 18년6개월 동안 두 자녀에게 100통에 가까운 편지를 보냈습니다.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하듯, 머리속에 책이 5천 권 이상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라며 자녀들에게 책 읽기를 독려했습니다. 직장이나 유학등으로 자녀와 떨어져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다면 편지를 통해 대화를 나눠보는 것을 권해봅니다.

독서하며 내용을 기록하는 '메모 노트'를 만들어라

네루가 감옥에서 방대한 분량의 '인도의 발견'을 저술하고 200여통의 편지를 통해 수천 년의 세계사를 글로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랫동안 독서를 하며 해온 '메모 노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루는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는 메모 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산 또한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초서' 습관을 집필에 요긴하게 활용했습니다. "옛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요긴한 대목을 만나면 곁에 쌓아둔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이렇게 적은 쪽지들이 상자 안에 잔뜩 쌓인다. 그러면 어느 날 계기를 마련하여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초록할 당시에 이미 주견이 서있었기에 갈래별로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다산의 메모 방식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은 건너뛰며 읽고 유용한 내용은 추려내 메모를 해두는 식으로 독서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생산적 독서법을 따르면 열흘에 백 권도 읽어낼 수 있다고 다산은 말했습니다. 

책과 편지로 시작하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

네루는 편지를 통해 대화도 많이 했다. 유학 중에 귀국하여 독립운동 하겠다며 편지를 보낸 딸에게 "더 큰 인물이 되려면 공부를 마쳐야 한다"며 설득하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고, "실천에는 모험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결과가 두려워 실천을 회피한다. 하긴 먼발치에서 보는 위험은 더 무서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잘 살펴보면 그다지 무서운 것이 아니란다. 때때로 그것은 생활에 흥취와 즐거움을 주는 좋은 반려자일 수도 있다"라며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결단력이 필요한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당부를 하며 이끌어 나갔습니다. "성공은 결단을 내리는 자의 것이지, 무슨 일이든지 망설이고 저울질해보는 자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큰 공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루어진다", "일단 때가 무르익어 사람들이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확신을 갖게 되면 아무리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영웅이 되며, 역사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해 커다란 전환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 속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모든 사람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큰일을 이루도록 이끄는 것이다." 네루의 옥중 서신은 딸의 영혼과 인도인들의 정신을 각성시켰습니다. 역사를 빛낸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교훈도 성실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네루의 마지막 편지에서는 '키탄잘리'의 한 구절인 "내 나라가 깨어나게 하소서"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자녀가 책 읽기를 게을리 한다면 편지로 대신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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